(수정 필요) 워커홀릭 레니, 오늘도 Get Shit Done!
“많은 리스크를 걸고 스타트업을 선택하는 만큼, 큰 꿈을 추구하는 곳에 합류하고 싶었습니다.”
2020년 7월 8일 오늘의집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A. 안녕하세요. 마케팅 매니저 레니입니다. 2016년 6월 커머스 오픈을 앞두었던 버킷플레이스에 합류했습니다. 벌써 만 2년이 훌쩍 넘었네요. 새삼 감회가 새롭습니다. 오늘의집에서는 비관과 피곤을 맡고 있었지만, 요즘 요가를 수련하며 긍정적으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Q. 오늘의집에 어떻게 합류하게 되셨나요?


A. 이승재 대표(이하 제이님)와는 저만 기억하는 긴 인연이 있습니다. 2012년 즈음 지인이 사업하는 친구니 꼭 만나보라며 제이님의 명함을 건넸습니다. 당시 저는 패션 사업에 눈이 멀었던 상태라, 제조업을 하던(심지어 태양광 쓰레기통을 만들던) 제이님에게 큰 관심이 가지 않아 결국 연락을 하지 않았습니다.

세월이 흘러, 스타트업에 관심을 두게 되면서 기사로 제이님의 근황을 듣게 되었습니다. 당시 저는 패션에 좌절하고, 리빙 시장의 미래에 대한 강한 믿음을 키워나가고 있었습니다. 받았던 명함을 찾지 못해, 지인을 통해 다시 제이님을 소개받게 되었습니다. 사실 그때는 제 사업을 하고 싶은 마음이 커서, 스타트업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은 마음이 더 컸습니다. 짧은 시간이지만 제이님과 대화를 나누다 보니, 오늘의집이 그리던 콘텐츠-커머스의 연결에 관심이 생겼습니다. 또한 리빙 시장에서 오늘의집이 크게 성장할 것이라는 강한 확신을 가지게 되었고요. 이후 몇 번의 만남을 거쳐 홀린 듯 오늘의집에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얼마 전 집을 정리하다가, 그때의 명함을 찾았습니다. 그때 만났더라면 더 초기에 합류하여 성장을 함께했을 수도 있었을까 하는 아쉬움도 듭니다. 그러나 매출이 나지 않던 지난한 시기를 견디지 못하고 금방 도망갔을 것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다 각자에게 맞는 때가 있는 거겠죠?

Q. 서울대생이 (편견이라면 사과드립니다) 졸업 후 첫 직장으로 스타트업을 선택한다는 건 큰 결심 같은데, 어떻게 그런 선택을 하게 되었나요?


A. 당시 고민하던 진로는 창업, 대기업 취업, 스타트업 취업, 이렇게 세 가지였습니다. 그때는 청년 창업 뽕에 과하게 취해있었기에, 선택 기준은 ‘2년 뒤 창업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가’였습니다. 바로 창업하기에는 스스로 너무 부족하다고 느꼈고, 이를 극복할 만큼 하고 싶은 비즈니스를 찾지 못했었습니다. 대기업 취업의 경우 운 좋게 원하는 회사에 들어간다고 하더라도, 하고 싶은 직무와 일을 하기 힘들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게다가 자소서를 쓰는 과정이 너무 고통이었습니다. 이런 걸 쓰게 하는 회사에서는 즐겁게 일하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결국 남은 선택지가 스타트업이었습니다. 성장하는 과정을 가까이 경험하는 것이 이후 창업에 가장 큰 도움이 될 것이라 믿었습니다. 상대적으로 재미도 있을 것 같았고요.

Q. 말씀하신 대로 ‘어떤’ 스타트업을 갈지는 대기업보다 더 고르기 어려울 것 같은데, 특별한 기준이 있었나요?


A. 사실 스타트업이라고 불리는 회사들 사이에는 공통점보다는 차이점이 많은 것 같아요. 스타트업을 고르는 기준 또한 ‘창업을 배우기에 좋은가?’ 였습니다. 저는 이 기준을 두 가지로 나눴습니다. 당시 이 기준 그대로 의사결정을 한 것은 아니고, 스타트업을 경험하면서 조금 더 정리한 내용입니다.

첫 번째는 회사의 성장 가능성입니다. 제가 합류한 시점부터 나오는 시점까지 폭발적인 성장을 할 수 있는 곳입니다. 처음 생각과 달라진 부분이 있는데, 합류 당시 회사 크기입니다. 당시 저는 시드 투자 전후의 초기 스타트업 팀만 생각했는데, 그보다는 앞으로 성장할 여지와 의지가 얼마나 남았나가 더 중요한 것 같습니다. 또한 이 성장 가능성을 내가 어떻게, 얼마나 높일 것인가에 대한 믿음도 있어야 합니다.

두 번째는 창업자의 그릇입니다. 큰 뜻과 자질이 있어야 창업이라는 고통스러운 길을 견뎌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목표가 작거나, 당장의 이익에 흔들리는 리더는 멀리, 오래가는 위대한 회사를 만들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리스크를 걸고 스타트업을 선택하는 만큼, 큰 꿈을 추구하는 곳에 합류하고 싶었습니다. 적당한 시점에서 모험이 끝나버리면, 직원들이 얻는 것들이 적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이들과 함께해야 망해도 후회 없지 않을까요? 저는 그런 부류의 인간이 아니라, 이 부분에서 저희 창업자들에게 매료되었습니다.

Q. 전공이 꽤 독특하세요. 인류학과 벤처경영이라… 벤처는 그렇다 치고 인류학에서 배운 것들이 오늘의집에서 일하는 데 도움이 되시나요?


A. 전공 질문은 항상 받네요, 참고로 의류학 아니고 인류학입니다. 다만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아 말씀드리기 민망하네요. 대부분의 인문-사회계 전공들이 그럴듯한데, 인류학에서 배운 것들이 회사에서 일하는 데 직접 도움이 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애초에 그를 위해 연구되는 학문도 아니고요. 그렇지만 인류학을 공부하며 인간에 대한 관심이 많이 생겼습니다. 습관적으로 사람을 관찰하고, 이를 즐기게 되었습니다. 관찰과 이해의 방법론들도 배웠고요. 그러다 보니 사람의 행동들에 대해 항상 왜? 라는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으려 노력합니다. 이런 것들이 고객, 유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페르소나를 만들 때도 남들보다 더 디테일하게 그리는 것 같습니다. 이런 게 상품소싱이나, 마케팅에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요?

Q. 전공만큼이나 이력도 특이하신데요, 홈페이지 자기소개 보면 “각종 장사와 유통 창업을 했습니다. 여러 곳의 인턴 및 직접 서비스 어플 런칭 등을 경험하고…” 라고 짧게 나와 있는데 그 여정이 궁금합니다.


A. 별로 재미없는 얘기이니 간단히 정리해볼게요. 고등학생 때 물건 파는 재미를 알았어요. 당시 유명하던 얼짱들이 팔던 상품들을, 좀 더 저렴하게 싸이월드에서 판매했습니다. 용돈이 생겨 좋기도 했지만, 물건이 팔릴 때마다 희열을 느꼈습니다. 이걸 시작으로 대학 때는 직구로 인기 상품들을 사재기하여 되팔고, 제법 대량으로 직접 수입-판매도 했었습니다. 지금은 직구가 보편화되고 가격 비교가 일상화되면서 많이 어려워져서 아쉽네요. 여전히 이 영역에는 관심이 많아, 여러 서비스를 눈여겨보고 있습니다.

런칭했던 서비스는 스냅룩이라는 OOTD(=Outfit Of The Day) 공유 앱이었습니다. 조조타운이 운영하던 일본의 WEAR라는 앱의 아이디어와 틴더의 UI를 짬뽕했던 서비스였어요. 사람들의 데일리룩을 모으고, 데일리룩에 사용된 패션 아이템 정보와 링크를 제공하겠다는 흔한 아이디어였어요. 여느 서비스처럼 흔하게 망했습니다. 사실, 이 서비스와 오늘의집이 비슷한 점이 많습니다. 유저들의 콘텐츠를 모으고, 이 정보들을 광고와 거래수수료로 수익화하는 부분들입니다. 이 경험이 오늘의집에 대한 이해도와 믿음을 키웠던 것 같기도 하네요. 이 외에 이상하고 재미있는 것들을 했는데, 이건 직접 만나서 말씀드릴게요. 혹시 부모님이 볼까 봐 글로 남길 수 없네요.

Q. MD로 입사해서 지금은 마케팅을 하고 계시는데, 어떤 업무가 본인에게 더 맞으세요? 그리고 직무 전환할 때는 어떤 생각으로 왜 하셨는지?


A. 음, 제가 MD로 입사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관련 경력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고, MD로 길게 일하겠다는 뜻도 없었고요. 당시 회사에 필요한 일 중, 상대적으로 제가 잘 해낼 수 있는 포지션을 맡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언제든 제가 하고 싶은, 혹은 필요한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었어요. 마케팅하게 된 계기도 같은 맥락이에요. MD 업무를 하며 자연스럽게 소싱한 상품을 어떻게 노출할 것인가를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마케팅팀과 협업할 일도 많아졌고, 그 과정에서 제가 제안했던 아이디어들이 성공적인 결과를 내기도 했습니다. 자연스럽게 시간의 상당 부분을 마케팅과 관련된 일들에 쓰게 되었습니다.

당시 어떻게 하면 제 노력을 회사에 더 큰 임팩트를 줄 수 있는 방향으로 쓸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이 많았습니다. 마케팅은 MD에 비해 상대적으로 노력을 예산으로 레버리지 할 수 있는 여지가 크다고 생각했습니다. 같은 노력으로 만든 캠페인에 돈을 쓰면 쓸수록 임팩트가 커지더라고요. 이에 매력을 느꼈고, 당시 회사에서 제가 이 역할을 제일 잘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해 마케팅으로 포지션을 옮겼습니다.

MD와 마케팅 중에서 저와 잘 맞는 것은 MD인 것 같습니다. 상품들을 공부하고, 고르는 일은 언제나 즐겁습니다. 마케팅도 재미있지만, 비용을 잘 집행하는 것에 집중하는 만큼 스트레스가 심합니다. 마침 마케팅팀에 좋은 리더분을 모시게 되어 제 마음의 짐도 덜고, 더 빠른 성장도 기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Q. 그렇다면 마케팅 매니저로서 구체적으로 담당하고 있는 업무는 어떻게 되시나요?


A. 오늘의집 마케팅 전반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오늘의집에 새로운 유저를 유입시키고, 이들이 서비스를 경험한 후, 상품을 구매하기까지 여정에 성공할 수 있도록 여러 메시지를 보냅니다. 이를 위해 마케팅 전략을 짜고, 직접 집행도 합니다. 예전에는 마케팅 콘텐츠 포맷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저희 주력 채널인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에서 어떤 콘텐츠들이 어떤 유저에게 적합할지 테스트를 했습니다.

요즘은 성장을 위해 장기적인 시각을 가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3개월, 6개월 후에도 성장을 지속하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를 고민하려고 노력합니다. 스케일업을 위한 구조를 짠다고 할 수 있습니다. 웹-앱의 연결 구조를 촘촘하게 만들어가고 있고, 캠페인 구조를 재정립하고, 분석 툴들도 다시 세팅하고 있습니다. 굉장히 디테일하고 어렵지만, 이런 기초적인 것들이 완비되어있어야 성장을 지속해서 해낼 수 있다고 믿습니다.

레니님

레니님

Q. 오늘의집은 어떤 회사인가요? 좋은 점이 있다면?


A. 좋은 점들이 많지만, 다른 팀원들이 말씀해주실 것이니 하나만 골라보겠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오늘의집의 가장 큰 장점은, 자율적인 환경 속에 무한한 기회가 있다는 것입니다. 오늘의집의 구성원은 누군가의 지시가 아니라, 주체적으로 과업을 수립하고 실행합니다. 하고 싶은 것이 있고, 그 일이 회사의 성장과 연결되고, 이에 대한 근거가 명확하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문화가 오늘의집의 장기적인 성장의 핵심이라고 진심으로 믿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스타트업이 이러한 문화를 장점으로 얘기하지만, 실제로 이것이 가능한 곳은 적은 것 같습니다. 업계 분들을 만나며 오늘의집만큼 이 문화가 잘 돌아가는 곳은 손에 꼽는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저 스스로가 이의 가장 큰 수혜자 중 한 명이기도 합니다. 엠디 시절, 매출 증대를 위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정말 많은 새로운 시도를 했습니다. 누군가의 지시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승인을 위한 보고가 필요하지도 않았습니다. 당시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한 일들을 스스로 판단하고, 필요한 자원을 찾아 실행했습니다. 당연히 대부분은 실패했습니다. 그러나 실패를 책망하기보다는 교훈을 공유하고, 새로운 시도를 다시 장려하는 문화가 있었기에 계속해서 도전할 수 있었습니다.

Q. 같이 일하고 싶은 팀원은 어떤 사람인지요?


A. 한마디로 요약하면 ‘Get Shit Done’하는 사람입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높은 목표를 가지고, 이를 성취하기 위해 집요하게 노력하며, 일이 될 때까지 포기하지 않는 사람입니다. 이런 사람들은 관리가 필요 없습니다. 더욱 구체적으로는 “Netflix Culture: Freedom & Responsibility”에 나오는 일 잘하는 사람입니다. 저는 스트레스 받거나, 스스로 부족하다고 느낄 때 이 문서를 보면서 위안을 받습니다. 스타트업 포르노가 아닐까 싶어요. 한국어 번역본도 있으니 꼭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저는 이런 사람들과 정말 함께 일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확신이 있는 사람이면 좋겠습니다. 오늘의집의 불확실한 상황을 버텨내고, 이 속에서 성장까지 해내려면 아래 세 가지 중 두 가지는 확신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세 가지는 리빙 시장이 급속도로 커질 것이라는 시장에 대한 확신, 오늘의집의 구성원과 이들이 만드는 서비스가 잘 될 것이라는 회사에 대한 확신, 자신이 이 시장과 회사 속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자신에 대한 확신입니다. 이런 사람들은 당장 퍼포먼스나 스킬이 부족하더라도, 빠르게 성장하며 회사의 성장을 견인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Q. 개인적인 목표나 꿈은 있으신가요? 그걸 이루기 위해 오늘의집이 도움이 되나요?


A. 저는 무인양품을 무척 좋아합니다. 무인양품은 좋은 브랜드를 넘어, 제국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건축부터 면봉까지 무인양품만으로 구성한 완결된 세계를 만들어냈습니다. 저는 한국에서 이런 걸 만들고 싶었습니다. 자주가 잘 못하니까, 제가 만들 수 있을 것이라 믿었습니다. 무인양품의 모회사와 업력을 알기 전까지는요. 오늘의집을 열심히 키우는 게, 이 꿈을 향한 가장 빠른 길이라 생각합니다. 곧 오늘의집의 브랜드로 가구 시장을 개척하는 날이 올 것이라 믿습니다.

사실 오늘의집이 제 인생에 가장 도움 된 건 창업을 못 하겠다는 생각이 들게 해준 것입니다. 가까이에서 창업자들의 고생과 책임감을 보면서, ‘나는 창업을 하지 않겠다.’, ‘하더라도 최소한 대표는 안 해야지’라는 생각을 합니다. 이렇게 똑똑하고 좋은 사람들이 진정성 있게 열심히 해도 성공하기가 쉽지 않다고 항상 느낍니다. 그래서 제 리스크를 적게 걸 동안 즐겁고 재미있게 오늘의집과 함께해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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